아이를 키운다는 건
또 일하는 엄마로서 아이를 키운다는 건
여러모로 아찔한 경험이 많아질 수 밖에 없다
어쨌든 물리적으로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적다보니
쉬는 날엔 어떻게든 아이들을 데리고 나가서 조금의 경험이라도 시켜야 할 것 같고
어떻게서든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도록 노력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추석 연휴는 정말 좋은 기간이었다
하지만 남편이 감기몸살에 걸리는 바람에
또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고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형제를 데리고 근처 공원으로 향했다
킥보드를 들고 갔는데 자전거를 대여해주길래
킥보드는 맡겨두고 자전거를 빌렸다
초 3 형아는 두 발 자전거를
처음 타는 유치원생 둘째는 네발 자전거를 대여하고
난 큰 애 킥보드를 타고 애들을 따라다녔다
첫째는 이미 따라잡을 수 없는 스피드
둘째는 처음 타는 거라 네발 자전거여도 탈 수 있을 까 싶었지만 너무 잘 타서 즐겁게 가을 바람을 느끼며 간만에 라이딩을 즐겼다
다행히 자전거 도로도 잘 되어있어 함께 가기에도 좋았고 혼자서 스피드를 내는 첫째도 안심하고 보낼 수 있었다
한껏 자전거를 타고
이제 자전거 반납을 하고 서로의 킥보드를 챙긴 뒤 근처 까페로 당충전을 하러 이동하는데 갑자기 시야에서 둘째가 사라졌다
자전거 스피드로 형아를 못이겨 못내 속상했던 둘째가 킥보드를 타고 슝 코너를 돌아버린거다
얼른 뛰어가 아이의 이름을 부르며 뛰어갔지만 아이는 이내 사라져버렸다
순간 덜컹
심장이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계속 집에 있는게 좀 그래서 몸이라도 풀자고 데리고 나왔는데 괜히 혼자 데리고 나왔나 싶기도 하고
Cctv가 근처에 있는지 보기도 하고
순간 많은 생각이 스쳐갔다
아이가 사라진 방향으로 마구 뛰어가봤지만 보이질 않는다
혹시 몰라
첫째에게 반대방향으로 돌면서 둘째를 찾아쥴 수 있냐 물으니 엄마 걱정마 내가 찾아올께 하더니 킥보드를 타고 둘째 이름을 부르며 달리기 시작한다
휴~
나도 얼른 걸음을 재촉한다
당연히 자전거 트랙으로 돌고 있겠지 생각하면서도 걱정이 멈추지 않는다
미친 사람처럼 아이 이름을 부르며 가는데
저 멀리 아이의 모습이 흐릿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맞다 둘째다
보자마자 엄청 화를 냈다
놀라서이기도 하지만 다시는 그러지 말기를 바라며
그랬더니
둘째가 내 허리를 툭툭치며 알았어 미안해 엄마 이제 그만해 한다
휴~
이제 다시 첫째를 만나러 가야한다
둘째보고 얼른 따라오라고 하고 첫째를 만나서 다시 가던길로 빠르게 걸어가니
첫째가 저 멀리서 킥보드를 타며 근심어린 얼굴로 다가온다
멀리서 소리를 질렀다
둘째 찾았어
하니 환하게 웃으며 다가온다
그리고는 동생 얼굴 한번 보고 내 얼굴을 보더니 왈칵 눈물을 쏟았다
잃어버렸는 줄 알았어
휴~
정작 사건을 일으킨 놈만 멀쩡하고 둘이 십년감수한 얼굴이다.
마음을 추스리고 애들을 데리고 근처 카페로 갔다
둘째에게 어디로 갔냐고 물으니
예상했던데로 자전거 도는방향으로 엄마랑 형아보다 먼저 갈려고 죽도록 킥보드를 탔다고 한다
그래서 엄마가 부르는 소리 못 들었냐고 하니
그냥 웅성웅성 하는 소리만 들었단다
휴~
이렇게 아이를 잃어버릴 수도 있다는 정말 아찔한 경험
다시는 하고싶지않은
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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