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난 지극히 현실주의자여서 시대물이나 판타지 같은 작품들을 참 싫어한다.
또 그렇게 재미있었던 로맨스물도 결혼하고 나서는 나와는 상관없이 느껴져서 그런지 재미도 없고 흥미도 없어 잘 보지 않게 되었다.
그래서 남들 다 태조 왕건이다 세종대왕이다 굵직굵직한 역사물에 빠져 지낼 때 나 홀로 추리극이나 수사물에만 관심을 가졌었다. 그런 나에게 사극에 스며들게 만든 최초의 드라마는 바로 2021년 작 옷소매 붉은끝동이다.
물론 이 극의 경우 로맨스 물에 좀 더 가깝긴 하지만 그래도 한복입은 사람들이 나오는 사극에 제대로 관심이 가져지게 된 드라마는 처음이였다.
등장인물
사실 이 드라마에 나오는 등장인물이 흥미를 많이 끌 만한 인물들은 아니였다. 이준호가 연기를 잘한다는 연예 뉴스는 본적이 있었으나 사극에 나오는 그의 모습이 너무 어색할 것 같았고, 이세영 역시 드라마에서 제대로 본 적이 없어 그런가 정말 관심이 없는 인물이기도 했다.
그런데 이게 1, 2화 만으로도 시청자를 그리고 드라마 매니아인 나를 사로잡다니 (그것도 사극은 보지 않는 나를^^)
후에 나혼자 산다에서 왼손잡이인 이준호가 왕 연기를 하기 위해 오른손으로 젓가락을 잡고 콩을 잡는 연기를 하며 디테일을 설정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대단하다 싶었다.
또 극 중에 나오는 목욕씬을 촬영하기 위해 몇 달간을 닭가슴살을 먹으며 주변 배우들과 함께 밥도 같이 못 먹으며 관리를 했다고 하니 참으로 대단한 배우다.
이세영 역시 얼마나 한복이 잘 어울리고 아름다운 배우인지 이번 드라마를 통해 아주 잘 알게 되었다.
시대물에서의 일반 궁녀의 모습이 아닌 자주적이고 열정적인 캐릭터가 그녀와 찰떡을 이루었고, 이준호와의 찰떡케미와 또 함께 나오는 궁녀친구들과도 너무 잘 맞아 진짜 그 시대에 살았을 법한 캐릭터라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그리고 믿고보는배우 장희진의 사극연기도 어찌나 잘 어울리는지
현명하고 어진 중전의 연기가 너무나도 잘 묻어나왔고, 또 영조 역의 이덕화 역시 원로배우의 노익장을 과시하며 극의 분위기를 한층 극적으로 몰아갔다.
또한 모든 극에는 빌런이 존재해야 하는 법
제조상궁 조씨 역의 박지영이 빌런 역할을 또 제대로 해 줘 극이 더 섬세해졌고, 이하 옷소매즈들의 각고의 노력들이 드라마를 멋지게 살려버렸다.
주요 내용
옷소매 붉은 끝동의 주된 내용은 자신이 선택한 삶을 지키고자 한 궁녀와 사랑보다 나라가 우선이었던 제왕의 애절한 궁중 로맨스 기록이다. 실제로 드라마 속 성덕임이였던 의빈은 1700년대에 30여년 정도밖에 살지 않은 짧은 생을 마쳤고, 정조 이산이 약 48년을 산것에 비해 아주 짧은 생이었다.
왜 옷소매 붉은 끝동이란 이름을 붙였나?
왕을 섬기는 궁녀들이 궁안에서 옷소매 끝을 붉게 물들여 입었으며
이는 곳 옷소매 끝이 붉게 물들인 궁녀는 왕의 여인을 뜻해서라고 한다.
시대극을 볼 때마다 놀랍지만 그 모든 궁녀가 왕의 여인이라니
그리고 왕의 여인이 되기 위해 그리도 애를 쓰는 모습들이 조금 이상해까지 보였는데
이 드라마에선 오히려 왕의 여인이 되지 않고 자신의 삶을 살고자 노력하는 성덕임 이세역의 캐릭터가 한층 극의 묘미를 살렸다.
하지만 성덕임이 아무리 피하고 피해보아도 결국은 궁녀
본인 때문에 고초를 당하는 성덕임을 그리고 본인을 구해준 성덕임을 너무 사랑했던 정조는 결국 성덕임을 후궁으로 맞이하고 의빈이라는 이름을 지어주게 된다.
극 중에 이런 장면이 나온다.
왕은 나를 가질수 있지만 나는 왕을 가질 수 없겠지요.
성덕임이 끝까지 후궁이 되지 않으려 고심한 부분이기도 하다. 이제는 나의 맘대로 살 수 없고 왕의 뜻대로만 살아야 하는..
아쉬운 결말
사실 옷소매 붉은끝동의 역사적 배경을 아는 사람이라도 드라마에서는 해피 엔딩의 결말을 원한다.
그래서 제작진이 시청자의 입장에서 선택한 결말은 열린결말
물론 현실은 성덕임이 죽고 이산이 끝까지 그녀를 추억하는 장면으로 끝나지만 그 다음이 현실인지 꿈인지 분간할 수 없는 상상 속 세계가 나타나며 다소 안타까운 결말을 아름다운 결말로 바꾸었다.
후에 메이킹 장면을 보니 둘 다 그 장면에서 너무 많이 울어서 연기를 제대로 할 수 없을 정도였다고 한다.
보는 사람도 그렇게 울렸으니 뭐 말해 뭐할까
암튼 난 이 드라마를 계기로 이준호와 이세영에게 빠져버렸고
이세영이 나오는 사극 드라마와 이준호가 나오는 현대물을 다 보게 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두 사람의 앞으로의 연기가 너무 기대되고 나도 사극에 대한 편견없이 드라마 전체에 대한 애정행각은 계속 될 것 같다.